연재코너-7) 이색트럭의 천국, 일본 푸드트럭의 세계

샌더스리
2017-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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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도 언급했듯이 일본이 푸드트럭의 천국이라고 해서 관련 규제가 약한 게 아니다. 푸드트럭은 길거리 음식이기 때문에 위생이 생명이다. 길거리에서 판 음식을 여러 사람이 사먹고 집단 식중독을 일으켰다? 이는 일본 사회에서 큰 사회문제가 될 만한 일이다. 

일본은 공중보건에 있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준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푸드트럭 사업을 결코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아시아 푸드트럭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왜일까? 엄격한 기준과 관련 산업의 호황은 양립이 가능한 일인가?사실 일본도 푸드트럭 시장이 붐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겨우 2~3년 전부터 시작됐다. 

그런데도 이토록 빨리 푸드트럭 시장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로 해석된다. 우선 일본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이 많이 자유로워졌다. 일본 주요 푸드트럭 사이트에 가보면, 회사는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중요하게 강조한다. 고령사회인 일본은 젊은이들이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 크다. 우리가 앞으로 인구절벽 시대를 걱정하면서 일본의 사례를 자주 드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문제는 일본 젊은이들이 점점 정규직을 찾아 열심히 일하기를 포기한다는 점이다. 전후 세대인 단카이세대의 경우 평생직장에서 근무하다 정년을 마치고 나서도 다시 기업에 재취업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다. 하지만 지금 일본 젊은이들은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일하는 아르바이트식 근무형태를 선호한다. 결혼을 포기하거나 결혼 후에서 부모에게 얹혀사는 이른바 캥거루족이 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시 말해 창업을 꿈꾸는 일본 젊은이들에게 푸드트럭은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다. 그러다보니, 중고차로 상징된는 2차 시장도 굉장히 커졌다.

그런데 앞서 말한대로 일본에서 푸드트럭을 이용한 영업행위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중간에 이 문제를 해결한 연결고리가 있다. 바로 중개업체다. 이들은 시 당국과 협상을 벌여 특정 장소에 대한 사용권을 얻는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푸드트럭 장터가 형성된다. 이를 일본어로 네오야다이촌(ネオ屋台村)이라고 부른다.

일본의 대표적 푸드트럭 장터인 도쿄국제포럼은 웍스스토어라는 중개업체가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회사는 자본금 1000만엔(1억230만원)으로 지난 1998년에 세워졌다. 차량 주문 제작부터 판매, 유지관리까지 모든 것을 대행해주는 회사다.
웍스스토어의 강점은 행사 기획력이다. 가령 도쿄국제포럼은 매일 점심이면 다양한 형태의 푸드트럭 6~8대가 집결해 있다. 한곳에 모여 있으니 고객 입장에서도 한 곳에 와서 여러 가지 음식을 고를 수 있다.

 대형 쇼핑몰 안에 있는 푸드 코트를 연상하면 된다. 개별 푸드트럭 입장에서는 직접 해당 공간을 관할 지자체와 협상해서 얻기 힘든데, 이런 방법을 통하면 시내 요지에 장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때로는 유명 음악축제나 도쿄모터쇼 등 대형 이벤트에 아예 웍스스토어를 부르기도 한다. 주최측에서는 식음료 등 부대 서비스를 웍스스토어를 통해 해결할 수 있으며, 웍스스토어 소속 푸드트럭은 대형 이벤트에 입점해 장사할 수 있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웍스스토어는 해당 푸드트럭 업체로부터 매출액의 15% 가량을 수수료로 받고 있다.
호응이 커지면서 웍스스토어는 도쿄 곳곳에 자신들만의 네오야다이촌을 만들었다. 현재 이러한 푸드트럭 장터만 도쿄도 내 38곳을 운영하고 있다. 면면을 봐도 사람들이 몰리는 명소에 있다. 도쿄대, 게이오대, 사이타마의대 등 일본을 대표하는 유명 대학에도 찾아간다. 회사 홈페이지(www.w-tokyodo.com)에 가보면, 몇월 몇일날 어떤 메뉴의 푸드트럭이 현지를 찾아간다는 내용이 사진과 함께 자세하게 올라가 있다.



이 회사는 매년 6월마다 대규모 행사도 연다. 올해의 경우 오는 6월23일 도쿄 치요도구 국제포럼광장에서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행사를 열린다. 행사명은 네오야다이촌 슈퍼나이트다. 올해 행사에는 18개의 푸드트럭이 참가할 예정이다.

올해 행사는 도쿄국제포럼이 개관한지 20주년이 되는 해여서 더욱 뜻깊은 자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주최측은 올해 행사 드레스코드를 일본 전통 의사 유카타로 정했다. 행사장에 들어오려면 유카타를 입고 와야 한다. 현장에서 대여 및 판매도 한다. 유카타를 입고 들어오는 손님에게는 맥주 100엔을 할인해준다.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 체인인 요로노타키(養老乃瀧)와 네슬레일본의 협업도 우리로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푸드트럭 창업에 도전해보고 싶은데 자금이 부족한 예비창업자에게 네슬레일본이 나서서 차량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 이동식 카페에서 파는 품목은 네슬레사에서 판매하는 커피다. 차량 소유권은 네슬레일본이 갖고 있다. 대신 운영자는 네슬레일본에 돈을 주고 물건을 구입해 푸드트럭에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예비창업자는 처음하는 푸드트럭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를 도와주는 것이 요로노타키다. 이자카야 프랜차이즈답게 가맹점을 관리 운영하는 데 있어서 요로노타키는 선수 중에 선수다. 예비창업주의 경우 요로노타키가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은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관련 비용은 모두 본인 부담이다.

이러한 협업 프로그램을 통해 네슬레는 사회공헌이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동시에 이들 차량이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홍보 효과도 적잖이 얻을 수 있다. 요로노타키 역시 큰 이익은 아니지만 사회공헌과 교육운영비이라는 소정의 성과는 얻는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은 도움을 받는 곳은 예비창업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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