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코너-6) 아시아 푸드트럭의 별,일본

쏭기자
2017-06-16
조회수 2231

 일본은 ‘아시아 푸드트럭의 별’이라 할 만 하다. 푸드트럭의 시작은 미국이지만, 화려하게 꽃피운 곳은 일본이라고 봐야 한다. 미국의 푸드트럭이 기동성이 가미된 식당차에 가깝다면 일본의 푸드트럭은 간편식이나 분식을 파는 이동식 간이 매점이라고 봐야 한다. 규모도 아기자기하며 메뉴도 다양하다. 우리의 푸드트럭도 기원을 따지면 일본에서 왔다고 봐야 한다. 또 다른 각도에서 보면 우리 푸드트럭 시장이 벤치마킹을 해야 할 곳도 바로 일본이다. 도시 내 과밀화된 도로 사정을 어떻게 활용해 일본의 푸드트럭 시장이 자리 잡았는지는 앞으로 집중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라멘 등 조리식품의 메카답게 일본은 푸드트럭을 딱 어떤 하나로 규정짓기가 힘들다. 솔직히 개인적 생각으로는 미국보다 일본의 푸드트럭만 살펴봐도 괜찮은 아이템을 하나 찾을 수 있을 정도다. 파는 메뉴도 다양하다. 가장 보편적인 것이 라멘이다. 우리의 포장마차와 비슷한 분위기인 라멘 푸드트럭에서는 구수한 일본 중산층의 정이 느껴진다. 또 일본하면 생각나는 것이 타코야키(문어빵)다. 일본을 찾아가면 대도시 어디서든 타코야키를 파는 푸드트럭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 인기 있는 메뉴는 우리의 닭튀김과 유사한 가라아게와 덮밥류인 돈부리다. 이밖에 야키소바와 일본 카레 등도 인기다. 도쿄특파원을 지낸 임상균 매일경제신문 기자는 ‘도쿄비즈니스’라는 책에다 “후지산 여행을 할 때면 반드시 먹어봐야 한다는 후지노미야 야키소바 전문점 ‘오므야키 소바’, 고기 두께가 다른 곳의 1.5배는 족히 되는 로스트비프 전문점 ‘그릴도쿄’, 일본 카레 전문점 ‘잇세이토’, 여기에 한국 불고기덮밤과 부침개가 전문인 ‘데리기무치’는 모두 내가 도쿄 시내에서 점심시간에 자주 찾던 음식점 들이다. 이름만 보면 근사한 식당 같지만 모두 길거리 음식들이다”라고 기술했다. 일본 푸드트럭 메뉴는 모두 레시피가 복잡하지 않고 음식을 만든 뒤 용기에 담아 손님에게 내놓기에 이상적인 구조다. 또 일본의 푸드트럭 문화는 자국 음식만 팔지 않는다. 중국, 태국, 베트남, 한국 등 아시아 국가 음식도 푸드트럭에서 자유롭게 판다.

일본에서 푸드트럭 문화가 발달한 또 한 가지 이유는 슬픈 역사와 관련이 있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야후재팬 등 일본 주요 포털에 가보면 일본 전문가들이 쓴 일본 푸드트럭의 역사를 분석한 글을 종종 볼 수 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이 일본의 푸드트럭 시작이 대지진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고베 대지진처럼 일본은 크고 작은 지진 피해가 있다. 때문에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이재민들에게 발 빠르게 음식을 공급하는 게 급선무였다. 이 때 큰 역할을 한 것이 푸드트럭들이 전국 주요 도시에 산재된 푸드트럭들은 위급시 시민들에게 발빠르게 음식을 제공하는 역할을 충분히 담당했다. 그러는 사이 일본인들이 받아들이는 푸드트럭 문화는 원조 미국의 것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질적으로 다른 위치를 점하게 된다.

일본 도쿄 지우다구에 위치한 마루노우치는 도쿄를 대표하는 번화가다. 이곳은 마천루와 같은 높은 빌딩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비즈니스 거리다. 도쿄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걸리는 마루노우치 거리에는 과거 도쿄 도청이 들어서 있었다. 하지만 신주쿠로 도청이 옮겨간 후 도코 국제포럼이라는 대형 컨벤션센터가 들어섰다. 매일 점심때가 되면 이곳에는 여러대의 푸드트럭 업체들이 찾아온다. 이들의 타깃은 바쁜 직장인들이다. 점심을 간단히 때우기 위해서는 이곳처럼 편한 곳이 없다. 값도 시중 음식점의 3분위 2 수준이다. 점심값을 아끼려는 직장인들에게 안성맞춤인 곳이 바로 이곳 도쿄 국제포럼 단지다.

지요다구에 위치한 아키하바라역 주변도 푸드트럭 들에게는 최상의 위치다. 이곳에는 과거 B-1그랑프리라고 불리는 상설 푸드트럭 마당이 자주 열렸다. 고가 밑에 여러 대의 푸드트럭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2016년 10월부터 일대가 대대적으로 개발되면서 지금은 자취를 감췄다. 일본에서는 네슬레가 파는 네스카페도 푸드트럭으로 개조해 운영될 정도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일본 문화답다.

그렇다고 일본이 푸드트럭 규제가 약하다는 뜻은 절대로 아니다. 공중보건의 선진국답게 일본도 푸드트럭과 관련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갖고 있다. 길거리 음식인 관계로 보건 위생을 철저하게 따진다. 공원 부근에서 음식을 파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본 정부는 관련 규정을 대폭 손본다는 계획이다. 푸드트럭을 하나의 문화사업으로 규정한다는 취지에서다.


일본어로 푸드트럭은 키친카또는 네오야다이(Neo屋臺)로 불린다. 키친카는 말 그대로 주방용 기구를 싣고 다니는 자동차다. 야다이는 우리말로 포장마차다. 포장마차라는 단어 앞에 ‘새롭다’는 뜻의 Neo가 붙었으니, 직역하면 새로운 개념의 포장마차다. 이런 네오야다이들이 모여 있는 곳을 ‘네오야다이무라’라고 불린다. 여기서 말하는 무라는 한문으로 고을을 뜻하는 촌(村)이다. 일본의 푸드트럭 시스템은 중개업체가 중간에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웍스스토어라는 중개업체가 운영사와 장소 사용 계약을 맺고 푸드트럭 업체들을 모아서 하나의 문화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관련 서비스를 제공받는 업체는 웍스스토어어 매출의 15% 정도를 수수료로 낸다. 워크스토어는 최근 진화하고 있다.

일본 푸드트럭 시장은 최근 굉장히 활황이다. 최근 경기가 살아난다고 하지만, 일본 젊은이들의 취업 시장도 썩 좋지 못하다. 때문에 아예 직장에 들어가는 것을 포기하고, 창업에 나서는 이들이 그간 많았는데, 이들에게 인기를 끈 것이 바로 키친카, 바로 푸드트럭이었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남 간섭 안받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 팔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점포 운영비도 적게 든다. 그렇다고 음식 맛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유명한 오너쉐프 레스토랑처럼 차량 곳곳에 음식에 대한 설명으로 가득하다. 마치 손님과 대화하듯 말이다.

우리나라에 포장마차가 서민들의 애환이 서려있다면, 일본은 푸드트럭이다. 시부야 뒷골목에 위치한 주차장에서 점심시간에는 근처 직장인들이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하는가 하면, 저녁 때는 귀가하기 전 뜨끈한 라멘 한그릇을 찾는 애주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10대 소녀들이 많이 찾는 하라주쿠에는 다양한 캐릭터로 외장을 꾸민 키친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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