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코너-5) 유럽 푸드트럭의 시작

쏭기자
2017-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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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푸드 트럭 역사는 미국에 비해 그리 길지 않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미국 문화와 달리 유럽은 격식을 중요하게 따지기 때문이다. 유럽인들은 한 끼 식사도 정해진 곳에서 예의를 갖춰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유럽인들의 눈에 비친 푸드 트럭은 천박함을 떠올리게 만드는 미국 문화다. 음식 값이 비싸고 싸고는 둘째 문제다.

하지만 모든 문화는 서로 주고받는다. 통신 기술의 발달은 국가 간 장벽을 크게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다. 경기 침체로 씀씀이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격식은 쓸데없는 허례허식일지 모른다. 젊은 유럽인들의 머릿속에는 충분히 그런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이들 신세대들은 비행기를 타고 4~5시간 날아가 미국이라는 신대륙으로 가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푸드 트럭을 단지 천박하다는 이유만으로 거부한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럽 푸드 트럭의 역사는 역사적으로 미국과 가까운 영국이 원조다.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르는 동안 이동식 식당을 경험해본 영국에서 푸드 트럭은 낯선 음식 문화가 아니었다. 영국인들이 생각하는 푸드 트럭은 스낵류를 파는 자그마한 밴(Van)이다.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사는 유럽답게 유럽의 푸드 트럭 역시 메뉴가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도너츠, 햄버거, 감자튀김류 등 간단한 스낵은 일반적인 음식이다. 어떤 푸드 트럭 주인들은 차를 타고 유럽 곳곳을 돌며 장사를 한다. 국경을 넘어가는 것이 그리 힘들지 않은 유럽만의 독특한 문화다.

유럽의 중심 벨기에에서도 푸드 트럭은 쉽게 볼 수 있다. 벨기에에는 푸드 트럭 협회까지 결성돼 있는데, 도로 위 합법적인 영업까지 이끌어 낼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는 매년 5월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푸드 트럭 축제까지 열린다. 독특한 푸드 트럭 축제에 대해서는 다음 주에 자세하게 소개하도록 하겠다. 유럽의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단연 축구 아니겠는가. 축구 경기가 열리는 구장 한 켠에 거대한 푸드 트럭 장터가 열린다고 상상해봐라. 그게 미국의 푸드 트럭 문화와 질적으로 다른 점이다.  

반대로 파리는 영국이나 벨기에처럼 발달하지 못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피자를 파는 푸드 트럭이 등장한 것이 겨우 1960년대 마르세유다. 수도 파리에서 정통 미국식의 푸드 트럭이 생겨난 것은 2012년이 처음이다. 이유는 관련 규정이 없어서였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듯 새로운 산업이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관련 규정이 뒷받쳐 주지 못해서다. 프랑스는 전통을 중시하는 유럽 문화의 중심이다. 때문에 도로위 푸드 트럭은 교통정체를 유발하고 미관을 찌푸리게 만드는 주범이다. 파리시 당국과 치안당국이 이를 허락할 이유가 당연히 없다. 다행히도 업주들이 똘똘 뭉쳐 관련 인허가를 받아내면서 이제 파리에 가보면 햄버거와 타코를 파는 푸드 트럭을 종졸 볼 수 있게 됐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푸드 트럭의 후발주자가 아니다. 아직까지 푸드 트럭 문화는 미국 외의 지역에서는 그다지 성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때 우리 당국도 관련 규정을 대폭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는 3G와 4G를 지나 쌍방향 소통이 원활한 5G로 가는 세상에 살고 있다. 포장마차라는 독특한 음식 유통 채널을 만든 우리의 저력은 푸드 트럭에서 분명 꽃을 피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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